37week+ :: 결정의 시간
37주의 끝에서 바라본 오늘
갓나온 따끈따끈한 오늘의 일기:-|
출산이 가까워지면서 주변에서도 제로의 탄생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늘었다.
가끔은 이런 관심이 불편하고 귀찮지만, 언제 또 이런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하면서 하루하루 지내고 있다.
출산이 임박해오는 9개월 부터 아이의 체중이 검진때마다 늘었다는 이야기를 하셨지만(임신성 당뇨는 아니지만, 부쩍 임신한 후로 더더욱이 당분섭취를 절대 끊을 수 없는 1인...), 어느 특정부위만 큰게 아니라 자연분만은 충분히 할 수 있다라고 하셨다. 한 번 지켜보자시면서!
그 때는 자연분만이 가능하겠구나! 라는 나름대로의 자신감이 붙었다:)
37주가 되고 수요일, 병원에 갔었다.
선생님이 아이가 주수에 맞게 머리는 잘 내려왔지만, 아이가 하늘을 바라보고 있고(엄마랑 바라보는 방향이 같음),
주수보다 2주정도 크다며 자연분만을 하더라도 엄마가 고생할 것 같으니 제왕절개가 어떻겠냐고 물어보셨던 것 같다.
그 순간만큼은 머리가 어지럽고 힘들었다.
처음에는 저는 수술은 피하고싶다고 감정을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게다가 피부가 켈로이드성 피부여서 작년에 수술하고 나서 고생했다면서 수술부위도 보여드리고 말씀도 드려봤는데,
이게 받아들일 수 없는 감정으로 온 건 그 이후였던것 같다.
내 사지멀쩡하고 신체건강한 몸이 왜 자연분만을 할 수 없는건가!! 아이는 며칠후면 달라지지 않을까..하면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선생님께 시간을 좀 달라고했다, 선생님은 못해도 다음주에는 출산을 바라는 말씀을 하셨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충분히 동의하고 있었으나, 다음주라도 시기가 중요했다.
검진을 마치고 집에 오는길, 복잡한 감정들을 풀려고 남편과 이야기했는데, 사실 그날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진료일까지 나는 엄청난 검색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남편 Jay는 내가 원하는 출산, 그리고 나와 아이의 건강을 제일로 꼽았다.
물론, 건강도 좋지만 제왕절개라는 말을 듣고 나서인지 남편이 무슨말을해도 그날은 유독 들리지 않았다..
선생님께 말을 듣고 온 날부터 잠을 설쳐가며 아이를 돌릴 수 있는지, 자연분만은 가능한지 등의 후기를 보며 고민 또 고민했다.
별 것 아닌데도, 어찌나 억울하고 서운하던지... 마치 비련의 여주인공마냥 입맛도 감정도 우울감에 빠져있었다.
수술 후 남는 상처도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아 자신에 대한 것 들을 희망고문하기 일쑤였다...
...
34주가 될 때 쯤 산전마사지를 받으러 다녀왔었다.
그 이후 자궁수축끼가 있어 병원에 입원했던게 생각이 나서 혹시 37주인 지금 마사지를 받아도 되는지 마사지샵에 물었다.
사실 이 시기엔 잘 안받는다며, 받고싶다면 해드리겠지만, 의사와 상의 후 받으러 오라고 했다.
사실, 겁은 많은데 자연분만에 대한 욕심이 커서 내 욕심으로 자연분만이 되길 바랐다.
37주가 된 지금, 마사지도 출산 직전에 받으면 자궁수축이 자연스레 올 것 같아서 받으러 갔다. 욕심이 정말 무서운걸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마사지를 받으러 갔는데도 상담받듯 이것저것 물어봤다, 대부분 산후 회복에 관한 이야기였다.
마사지사는 "제가 마사지사라 뭐라고 말씀은 못드리겠지만, 회복은 산모님들마다 다르고 수술이나 자연분만이나 과정은 비슷비슷하신것 같아요"
고민도 많이하는 성격인데.. 늪에 있는 것 같은 끊임없는 고민에 또 빠져있었다.
...
37주도 끝나간다.
불안하고 내 마음을 전하고 싶어 오늘 이르게 병원에 들렀다.
선생님께 진지하게 내 마음을 전달해드렸는데, 이제 와 생각해보니 우물쭈물 했던 것 같다..
선생님은 "바로 수술하면 엄마가 미련이 많으실 것 같아요, 다음주 월요일 아침8시까지 오세요"
막상 말은 들었지만, 내가 이런 선택을 해도 되는건지, 내일 모레면 만날 제로를 앞으로 잘 키울 수 있을지
너무 많은 고민들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글을쓰는 지금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후회도 해보고 하자고 다짐했다. 이제는 정말 돌릴 수 없는 시간이 왔다.
...
아이를 셋 낳은 지인부부가 찾아왔다.
나보다 제로의 탄생을 너무나 기다리는 이 부부 나는 정말 초조하고 머릿속에 무거운 생각들 뿐인데ㅠㅠ
육아 선배로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들어보니 마음이 한결가벼워졌다.
그래, 잘해보자! Jay도 잘했고 잘하고있다고 그래 나는 잘해왔고 잘하고있어!
제로야 곧 엄마 아빠와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