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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아이:: 제로(출산일기)

하나씩준비하기/임신출산일기

by My Life is Rozy 2020. 12. 2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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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가 태어났다!

 

12월 23일 드디어 세상에 밝음을 향해 제로가 태어났다:)
예정된 날보다는 10일가량 빨리 나왔지만, 열 달 동안 건강하고 또 그동안 무탈하게 자라준 것 만으로도 엄마로써 뿌듯했다...!!

37주가 되던 시점에 자연분만이냐, 유도분만이냐, 제왕절개냐의 사이에서의 엄청난 고민과 결정을 해야만했던 시간들이 지나고
유도분만을 했던 날로부터 이틀 전 주말아침, 나와 남편 Jay는 병원을 찾아 유도분만을 하겠다고 말씀드리고 다시 한 번 제로의 상태를 초음파를 통해 확인해 보고 왔다.

사실, 이 때 까지는 그동안 들어가지 않았던 맘카페를 수십번 드나들며 정보를 수집하기 바빴던 것 같다.
정보의 바다, 인터넷 그 수많은 글들 사이에서 나와 같은 케이스를 찾으며 수 도 없이 밤낮할 것 없이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찾아헤멘 그 날,
덩달아 옆에서 그 누구보다 긴장감을 놓칠 수 없었던 남편 Jay, 그리고 그 순간을 함께했던 우리 셋의 시점..

12월 21일 예정된대로 병원을 찾았다, 유도분만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긴장하지 않으려 나름대로 여유도 보였다.
기본 검사를 마치고, 유도분만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나는 유도분만을 시작했다.

유도분만의 과정은 대략 이랬다.
우리는 가족분만실에 들어가 환자복으로 환복하고, 침대에 누워 유도분만에 필요한 수액과 질정을 넣은 후 병실을 안내받아 짐을 내려놓고
병실침대에서 진통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은 밭매기자세나 오리걸음으로 시간을 보냈다.

만에하나 진통이 걸리지 않을경우를 대비해 수술을 할 수 있으므로, 금식은 수액을 받는 내내 진행됐다.
진통이 간절히 오기를 바라며, 또 제로를 건강히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우리는 평소에 하지않던 하체위주의 운동을 했다.
 

두세시간의 거리를 두고 분만실로 내려가 자궁문이 얼만큼 열렸는지 보기위해 진행됐던 내진은 생각보다 기분이 썩 나쁘진 않았고,
그렇게 자궁수축검사와 함께 내진은 4~5회를 진행했다.
유도분만을 글로배워서 인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느껴지는 진통수치에 "아 드디어 나도...!"를 생각했었다.
남편 Jay도 진통이 오길 바라며 함께 응원하고 또 함께 기다리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바쁜 회사일을 하는 와중에도 나를 틈틈히 신경써 주던 남편 Jay가 안쓰러워 잠을 자라는 여유까지 보였다
자궁수축 기계는 99를 찍는데 생각보다 진통도, 내진후 선생님의 "꼼짝도 않하네"라는 말은 나를 매번 실망시켰다.

배고픔까지 참으며 기다렸건만, 결국 8시간만에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말을 듣고 머리속이 하얘졌다.
남편은 오늘 일정때문에 여기저기 이야기를 했고, 또 시댁과 주변 몇몇 사람들에게는 오늘이 제로의 탄생일이라고 미리 말해두었기 때문에
민망함의 시선과 우울함의 결과는 오롯이 나만 갖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부끄러워지고 숨고싶어졌다.

그렇게 유도분만을 한 번 실패하니 현실이 보이기 시작했다랄까..
더 진행해봤자 안될 것 같은 강한느낌을 받고, 병원에서 퇴원 후 이틀 후 다시 방문하기로 했다.

집에와서까지 이어지는 이 우울한 기분, 그리고 카페에서 읽었던 수 많은 성공과 실패후기들이 머릿속에 맴돌면서
오늘밤이라도 당장 자연진통이 와 주길 바라며 짐볼에서 몸과 마음아 떠나질 못했다.

유도분만을 실패했던 그 날 저녁, 누워서 이틀 후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떻게 말해야할지 고민하는데 눈물이 흘렀다.
자격지심일까? 나를 너무 믿었던 탓일까..?

23일 그 날이 왔다.
엊그제부터 어제까지 무수히 많은 시간을 숨이차도록 계단을 오르며 청소를 했고, 짐볼에서 보냈지만, 자연진통은 커녕 평온한 뱃속..
병원을 가는 20~30분 동안 남편 Jay에게 얘기했다, "나 이제 정말 결정했어..!"

남편 Jay는 늘 얘기했다.
"난 당신의 의견을 지지해, 응원해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마! 자기 그동안 너무 고생했어.."
그렇게 우리는 또 다시 한결 가볍고 단단해진 멘탈을 붙잡고 병원에 도착했다.

운명 혹은 때는 어쩔땐 정말 내마음처럼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붙잡고 싶었던 한 사람의 욕심은 내려놓기로 했다.
선생님을 만나 내 솔직한 마음을 전해야한다! 그리고 제로에게도 말했다. 제로야 23일날 만나자!

선생님은 초음파를 보며 아이는 조금 내려왔지만, 지난번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아이는 산도를 통과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하셨다.
조금의 기대를 했었지만, 더 이상의 미련은 없다. 이제 진짜 내 이야기를 말하는거야...!
"선생님 저 수술결정했어요 언제가 가능할까요?"

나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생일인 오빠를 두고있어서 그 기분을 너무 잘 알고있다.
매번 크리스마스이브와 생일이 겹처 생일선물은 산타클로스가 준게 전부라는 거, 그래서 24일은 피하고 싶었다.
내 마음은 이제서야 제대로 전달한 것 같으니, 이젠 내가 선생님의 답신을 들을 때가 왔다. 

"오늘이나 내일 어떨까요?"
그 말도 잠시 나는 끝까지 미련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걸까? "선생님 내년출산까지 기다리기는 무리겠죠?"
"아이만 더 커질뿐 그때되면 산모와 아이 모두 위험할 수 있고, 산모님이 힘드실 수 있어요.. 저는 충분히 설명 드렸습니다..^^"
"선생님, 그럼.. 오늘 수술 부탁드릴게요"

그 후 선생님의 반응은 답답하고 막혀있던 속에 사이다를 부어 내려간 것 같은 표정을 지으셨다.
그 긴긴시간을 기다려주신 원장선생님께 죄송하고 또 고맙고 또 미련 남을거라며 무리한 유도분만까지 진행해 주셨음에 충분히 감사드렸다.
오히려 말하고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고 편해졌다.

수술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나는 37주에 이미 가방을 차에 실어놓았고, 또 며칠전 짐들을 올려놓지 않았던 상태였기 때문에 바깥에서 대기중이던.남편 Jay은 짐을 금방 들고올 수 있었다.

 

손가락 발가락 다섯개씩:)

 

"나, 선생님한테 말씀드렸어 우리 오늘 제로 만날 수 있어!"
"자기 정말 맘고생 많이했어, 이제 마음편히 먹어"
남편은 끝까지 나를 믿어주고, 내 말에 귀기울여 줬다. 나는 선택을 했고 이제 기다리기만하면 된다.

지난번과 똑같이 방을 배정받고 환지복으로 갈아입고, 간호사가 묻는 여러가지 질문에 대답했고 항생제 테스트와 제모를 진행했다.
이제부터가 진짜구나라고 생각했던 시점부터 빠르게 진행되는게 조금은 당황스럽고 우울했지만, 뭐 이젠 되돌릴 수 없다.
방을 배정받은 것도 하필 유도분만을 했던 그 방, 또 그방에 우리는 짐을 풀었다.

3시 20분 수술방에 발을 디뎠다.
남편 Jay는 잘하라며 다독이고 안아줬다, 군입대하는 느낌이라면 이런느낌일까...
남편은 수술시간을 물어봤고, 바깥에서 대기하기로했다. 이렇게 나는 남편에게 아이의 탯줄을 잘라달라는, 진통이오면 다독여달라는 로망은 끝나버렸지만...ㅎㅎ

마취가 진행되는동안 인적사항, 아이를보고 잠들건지, 아님 그냥잘건지 등의 여부를 물었다.
나는 그동안 나때문에 고생한 아이의 얼굴을 보고싶은 마음에 아이를 보고 잠들기로 결정했다.

마취가 진행되고 선생님이 들어오셔서는
"자 이제 수술시작합니다, 산모님 저 원망하시면 안되요"
"선생님 수술부위만 예쁘게 잘 꼬매주세요.." 그리고 제로를 건강히 만날 수 있길 바라며 수술에 들어갔다.

생각보다 수술소리도, 철렁하며 흔들린다는 하체의 느낌도 없었다.
뜬 눈으로 천장과 주변을 바라보며 그저 제로가 건강히 나와주기를, 그리고 함께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그 순간
거칠고 강하고 크게우는 아이 "제로였다"

난 또다시 머리가 하얘졌다. 아 이제 진짜 아이가 나온건가.. 실감이 전혀 나질 않았다.
간호사는 아이가 태어난 시간, 성별, 몸무게를 말씀해주시면서 "엄마, 자연분만도 힘들지만 그랬음 엄마 고생좀 깨나했을거야"하신다.
작고 쪼글쪼글한 아이, 내가 매번 초음파사진으로만 보던 제로를 이렇게 실물영접하니 만감이 교차했다.

후처치를 하는동안 남편이 들어온 것 같았다.
그리고 아이를 봤으니, 난 잠들 수 있겠지.. 했는데 응? 잠이안와... 그저 후처치를 지루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후처치는 긴 시간 이어졌다. 아무래도 예쁘게 꼬매달라는 내 주문까지 끝까지 잘해주시고 싶은 원장선생님의 마음이었겠지..

"산모분, 아이 건강하게 잘 나왔고, 수술부위는 잘 봉합됐습니다. 고생하셨어요^^"
"감사합니다..선생님도 고생하셨어요"
이렇게 나는 제왕절개를 통해 건강하고 묵직한(?)제로를 세상밖에서 만났다.

수술방에서 회복실로 이동, 곧이어 남편 Jay가 들어왔다.
반복해서 고생했다며 다독이는 남편과 후처치와 회복시간에 잠이들지 않아 지루한 나의 대화는 계속 오고갔다.
나는 사실 남편 Jay가 눈물 범벅이 되어있을 줄 알았다. 헌데 나름 덤덤한 이양반..?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뭉클하고 만감이 교차했다나 뭐라나. 울컥했지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고..ㅎㅎ
눈물이야 쏟지않아도 아무렴 어떤가..이제 우리는 둘에서 셋으로 또 함께 가족이 되었다.

이제 회복실에서 병동으로 이동할 시간, 그 사이 여기저기 들려오는 아이들의 울음소리들을 뒤로하고 병동으로 옮겨졌다.
이제, 입원후기로 돌아오겠습니다!
투비 컨티뉴: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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